자신의 레코딩 스튜디오를 마련한 후 10여년의 작업기간을 통해 사랑, 삶, 저항으로 이루어진 안치환음악을 집대성한 앨범.
모두 새롭게 녹음되어 총6장으로 구성된 리메이크앨범
Complete Myself
안치환 ‘앤솔로지’ 「Complete Myself」는 총 97곡이 Love, Life, Resistance 라는 세 가지 테마로
나뉘어 담겨져 있다. 예술성으로 대중을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세대를 노래하고 시대를 외면하지 않았던 그의 25년간의 기록인 셈이다.
Love, Life, Resistance
안치환 ‘앤솔로지’ 「Complete Myself」는 Love, Life, Resistance라는 세 가지 테마에 안치환 의 삶을 녹여냈다. 안치환을 표현하는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세 가지 단어다.
안치환과 자유
이 앨범은 안치환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안치환의 데뷔부터 현재까지 안치환과 자유는 늘 그와 한 몸이었다. 이번 앨범 한 곡 한 곡이 모두 안치환 그리고 안치환과 자유의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단순한 음악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의 완성도가 높아진 또 다른 이유 역시 안치환과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성 : 1PACK 6CD 97곡 수록
발표 : 2014년 10월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 안치환[Anthology]의 발매에 부쳐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잘할 수 있어도 하기 싫은 일이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다. 예술은 그런 논리가 독특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주지하다시피, 예술가는 예외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존재다. 전문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기는 해도 의사나 변호사처럼 자격증을 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걸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다른 어떤 예술 장르보다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입구가 넓은 대신 출구는 좁다는 냉정한 현실이다. 시험을 통해 획득한 자격증이 기본적으로 평생을 보장하는 반면에, 자의로 선택한 예술가의 길은 끊임없는 평가의 과정에서 시험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술가가 세간의 평가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다는 믿음은 신화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예술가의 정신은 그런 가치를 지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가의 경력은 그런 가치와는 상관이 없다. 그건 언제나 세상이 결정하도록 남겨진 몫이기 때문이다. 그걸 부조리하다고 불평할 수는 없다. 세상과 공감하지 않을 거라면 인간에겐 애당초 예술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이따금 시대와의 불화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당대가 탁월한 예술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얼피 떠올리기만 해도 빈센트 반 고흐나 에드가앨런 포나 닉드레이크 가은 이름이 뇌리에 점멸한다. 그들은 가리켜 그저 불운했었던 것뿐이라고 말하고 마는 일은 실례겠지만, 그건 그들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거라고 애기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뒤집어 보면, 만약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평가의 아주 작은 일부만이라도 생전에 확인할 수 있었던들 고흐와 포와 드레이크는 그토록 허망하게 생을 떠나보내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관건은 예술가의 가치추구와 세상의 가치평가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내가 안치환이라는 음악가를 떠올리면서 생각한 것이 그렇다. 그가 데뷔 25년을 맞아 자신의 음악적 노정을 집약한 ‘앤솔로지’를 낸다고 했을 때 처음 느낀 소회가 그랬다. 전체 원고의 분량에 비춰 턱없이 길어 보이는 저 도입부는 사실, 예술가에 대한 보편의 논리인 동시에 안치환이라는 음악가에 대한 나의 헌사이기도 하다. 요컨대 나는, 저항하는 예술가의 의무로 시대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음악가의 활동으로 시대로부터 외면 받지 않고서 사반세기를 버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곱씹으며, 안치환이 치열한 예술가인 동시에 행복한 음악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한국 대중 음악사를 통틀어 박스세트 형태의 앤솔로지를 발표했던, 그리고 발표할 수 있었던 만큼의 예술적 성취와 대중적 성과를 아우른 음악가는 신중현, 김민기, 한 대수, 산울림, 조동진, 김광석, 서태지, 윤상 등을 포함하여 열손가락만으로 다 꼽을 수 있을 만큼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치환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 시절 그에게 투사된 이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금껏 그를 따라다니는, 저 민중가수라는 한계가 명확한 꼬리표를 달고서 현재와 같은 위상을 이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여기 ‘앤솔로지’에 실린 곡들이 원곡 그대로가 아니라 다시 새롭게 녹음된 버전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결과물이 어떻다고 애기할 생각은 없다. 그건 듣는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다만, CD 6장 분량의 이 박스세트가 기존의 녹음들을 모아 이벤트처럼 펼쳐낸 상품이 아니라 음악을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안치환이 지난 수년 동안 노고를 쏟은 애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그 고단한 과정을 한데 응축한 것만으로도 이 ‘앤솔로지’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랑’, ‘삶’, ‘저항’이라는 세 개의 카테고리로 음반 2장씩을 묶은 박스세트의 구성은 안치환의 예술관을 그대로 투영한 결론이라는 측면에서 앤솔로지의 형식에 값한다.
그것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노래를 부르는 것뿐”이라고 다짐했던 젊은 예술가의 지난 25년간 삶의 궤적이 지금 여기 놓여있다. 이제는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글 : 박은석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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